"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낯추어지고 자신을 낯추는 사람은 높여질 것입니다"
(마태 23, 12)
예수님은 겸손이 긍정적인 덕(德)임을 암시하십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겸손을 기껏해야 부정적인 덕이요,
심지어는 마치 어떤 장애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겸손을 억압적인 덕처럼 여기는 데 비해.
예수님은 겸손이 자유를 가져다주는 덕이라고 가르쳐주십니다.
물론 복음이 가르쳐주는 겸손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요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빌라의 성 데레사는 겸손을 한마디로 진리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그것만큼 겸손을 잘 설명해주는 정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겸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겸손은 진리이되, 자기 인식의 진리요 행동의 진리입니다.
첫째, 겸손은 인식의 진리입니다.
이것은 겸손의 핵심을 짚어 낸 정의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진실로 하느님의 피조물로서의 우리네 인간적 조건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창조주시요 자애로운 우리의 아버지시라는
가장 근본적인 이 진리를 결코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
이분이야말로 하늘과 땅의 주인으로서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사시지 않습니다.
또한 무엇인가 아쉬워서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이 모든이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4-28).
이 근본 진리는 타고난 우리의 모든 재능이
곧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선물임을 말해줍니다.
자기 인식의 진리는 우리에게 항상 이 사실을 기억하라고 요구합니다.
바꿔 말하면,
겸손은 타고난 우리의 재능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지 말고
그것이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항상 유념하라고 요구합니다.
성서는 겸손한 사람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과연 누가 그대를 잘났다고 쳐줍니까?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받지 않은 것이 무엇입니까?
받았다면 왜 마치 받지 앟은 것처럼 (자기의 것인양) 자랑합니까?"(1고린 4, 7)라고
말합니다.
둘째, 겸손은 행동의 진리입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재능과 우리 능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이웃을 대하는
우리의 몸가짐과 말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우리가 지닌 재능이 모두 하느님의 선물임을 보여주는
표징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진리이며, 그 진리 안에서 살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으스대거나 이웃을 깔보거나 이웃을 내맘대로 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진리를 알고, 그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자유는 진실로 겸손의 열매 중 하나입니다.
겸손은 우리를 거짓 우상의 횡포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편협함으로부터,
헛된 싸움질로부터 자유롭게 해줍니다.
겸손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 줍니다.
무시당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보다 더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자기만 칭찬받거나 발탁되고 싶은 마음보다 더 허황된 욕심은 없습니다.
좀더 겸손했더라면 두려움과 긴장으로 조바심을 내며
살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습니까?
신경성 위궤양도 덜 앓았을 테고,
좀도 평온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테니 정신질환자도 훨씬 줄었을 것 아닙니까?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아주 현명한 글을 남겼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실 겸손한 사람은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전한 겸손은 하느님의 능력을 굳게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분 앞에서 다른 능력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
그분께서 계시는 한 장애와 같은 것은 없다."
평화도 역시 겸손의 열매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앗아가는
온갖 근심 걱정에서 자유롭습니다.
평화는 "질서가 평안한 상태"라고 적절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고 왜 여기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일이 무엇인지를 압니다.
그러한 확신이 바로 심원한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예수는 "겸손한 사람"을 일컬어 "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겸손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하느님이 필요함을 깨닫고
하느님께 의존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제와 영원히 행복을 약속하셨습니다.(마태 5, 3 참조)
그리고 당신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
나는 온유하고 마음이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마태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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