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 가지 제가 아는 것은 제가 소경이었는데 지금은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한 9, 25)
요한 복음의 다른 부분이 그렇듯,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인 사람을 치유한 이야기에서도
어둠과 빛이라는 주제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요한은 어둠(악, 죄)의 세력과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과의 계속되는 치열한 싸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요한 복음의 첫머리에서부터 등장합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 4-5)
태생적인 소경에게 시력을 되둘려주는 사건은
요한 복음이 보여주는 "표징들"중 하나입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상징적 언어"로 말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요한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육체적 치유가 아니라
그 표징으로 상징화되는
그 너머의 보다 풍요로운 실재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육체적인 시력은
소경으로 하여금 예수님을 겉으로만 인정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그분이 곧 메시아요
주님이심을 분명하게 알게 하는 영적 깨달음의 표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소경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 반면에
유다인 지도자들은 빛(그리스도)으로부터
더 멀어져 더 큰 어둠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기적을 베푸시기에 앞서 그 의미를 성명해 주십니다.
"내가 이새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요한 9, 5).
이 말씀은 앞서 극적으로 선언하셨던 말씀을 반복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
나를 따라오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오히려 생명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
(요한 8, 12)
태양이 여행하는 사람의 길을 밝게 비추어주듯이,
예수님은 아버지께로 향하는 우리의 길을 밝게 비추어주십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적에서 세례의 표징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땅에 침을 뱉어
그 침으로 진흙을 개신 다음 그 진흙을 소경의 눈에 바르셨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초세기부터 세례 예식의 한 부분이 되었고,
여기에 침을 사용하는 것이 한동안 예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세례는 우리에게 "기적"입니다.
어둠에서 그리스도의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여러분은 어둠이었으나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에폐 5, 8)
우리 각자 앞에 주어진 선택은'빛의 자녀가 될 것이냐?
어둠의 자녀가 될 것이냐?'하는 것입니다.
"어둠 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여러분은 빛과 함께 있는 동안 그 빛을 믿으시오.
그리하여 빛의 아들이 되도록 하시오"(요한 12, 35-36)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윤리적 삶에 그대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빛의 열매는 온갖 선함과 의로움과 진리입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차라리 폭로하시오"(에폐 5, 9-11)
사순 시기는 세례의 시기입니다.
세례받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준비의 때입니다.
세례받은 사람들에게는 쇄신의 때이기도 합니다.
사순 시기는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어둠의 일"들을
우리가 용기 있게 인정하고
그것을 그리스도의 자비와 은총의 눈부신 빛으로
굴복시키라고 요구합니다.
어둠의 일들은 우리의 삶을 흉칙하게 만드니,
교만과 시기와 육욕과 탐욕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은
우리 안의 이 어둠의 일들을 쳐내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빛을 환히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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