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걸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서두르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차분한 움직임이 바로 걸음입니다.
그렇다고 질질 끄는 것은 결코 아니고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 걸음입니다.
걷는 이는 발을 부드럽게 디디면서도 끌지는 않습니다.
곧게 서서 가지
굽히고 가지 않습니다.
조금도 불안한 데가 없이
평형을 이루고 나아갑니다.
올바른 걸음걸이란 고귀한 것입니다.
자유로우면서도 규율이 바로 잡혀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든든하고
곧으면서 힘을 받고
찬찬하면서 앞으로 밀고 나갑니다.
뿐더러 사나이 걸음에는 굳셈이,
아낙네 걸음에는 부드러움이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밖으로 짐을 져도
그렇게 안으로 평온을 지니고 가도
그렇습니다.
더우기 걸음을 경건히 걸을 때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걸음 그것이 조촐한 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지존하신 주님의 거처인 성당에서
하느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하게 하느님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부터가
한 제사가 아니랴,
하거늘 서로 밀고 쑥덕거리며
그저 아무렇게나 하는 행렬을
어찌 하느님을 모시고 가는 거동이라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이가
성체안의 주님을 모시고 시가를 행진하거나
[주님의 소유]인 들로 지나면서
남자들은 듬직한 걸음으로
부인들은 어머니다운 품위로
처녀들은 밝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청년은 씩씩하고 단정한 걸음으로
다 함께 나아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성사를 이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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