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도 천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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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둥이 동무’ 최인호 추모 기도
김수환 추기경님, 법정 스님, 피천득 선생님, 구상 선생님, 박완서 선생님, 이태석 신부님, 장영희 교수, 김점선 화가. 나의 어머니, 그리고 가까웠던 지인들이 한 분씩 세상을 떠날 적마다 추모의 글을 참 많이도 쓰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러나 작가 최인호의 추모 글은 정말로 쓰고 싶질 않았어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어젠 부산에서 본원 수녀 몇 명과 전주로 소풍 겸 순례를 가서 유서 깊은 전동성당에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나는 일행과 떨어져 전주교도소의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담당 신부님의 차 안에 있었습니다. 그때 ‘인호 형을 위해 특별 기도를 부탁한다’는 (출판사) 여백의 김 사장님 전화를 받았고, 저녁엔 영영 떠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젠 가슴이 먹먹하여 눈물도 나지 않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마구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니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가족들은 다 어떻게 하라고?” “예수님의 생애를 꼭 소설로 쓴다더니 그 숙제는 어떻게 하고?” “서울주보를 최인호의 글 때문에 본다던 그 많은 독자들을 어떻게 하라고?” “우린 아직 보낼 준비도 안됐는데 그렇게 서둘러 가면 다인가? 서울깍쟁이 같으니라고!” 혼잣말을 되뇌며 원망을 해봅니다.
‘언니, 어쩌면 좋아, 최인호 씨가 돌아가셨대. 내가 심장이 뛰고 눈물이 나오네. 추기경님이 종부성사(병자성사) 주실 때 눈을 뜨고 방긋 웃더래.’ 내 여동생이 보낸 문자에서처럼 정말 웃으며 떠난 건가요?
2008년과 2009년 사이 우리는 서울성모병원에서 곧잘 마주쳤습니다. “어떻게 꾸준히 미사를 오느냐”고 물으면 “거 참, 수녀님도, 내가 지금 기댈 데가 저분밖에 더 있수?” 하며 성당 안의 감실을 가리켰지요. “내 병실에 꽃만 보내고 왜 문병은 안 왔느냐”고 물으면 “내가 좀 소심하니 겁이 나서 그랬수다”라고 했지요. “난 수녀님과 달리 음식을 잘 씹을 수가 없어 너무 괴롭다”며 같은 암환자라도 내가 부럽다고 했습니다.
“난 수녀님이 나랑 사귀다 실망해서 수녀원 간 거라고 뻥치고 다닐 거다. 으하하. 아, 재밌네!” 하기도 하고, “하느님을 믿다 보니 함부로 살 수 없어 꽤 부담이 되네” 하며 가끔은 투정도 부렸지요. 어느 날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장난기 가득한 음성으로 다짜고짜 “마님!” 하기에 “죄송하지만 누구세요?” 하니 “나야 나 최인호, 수녀님 상태는 좀 어떠시우?” 하고 근황을 물어왔습니다. 내가 오래전 선물한 묵주를 분실했다며 구해 달라기에 다시 보내 드리고 위로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우린 서로를 진정으로 염려하고 기도해 주는 해방둥이 동무였고 정다운 문우였고 함께 암 투병 중인 동지였으며 완덕(完德)의 길을 지향하는 도반이었습니다.
유난히 하늘의 흰 구름이 아름답던 날. 한국 순교성인들의 피가 진하게 스며 있는 땅 전주에서 왠지 모를 눈물이 안으로 흘러 언젠가는 나도 떠나야 할 죽음 묵상을 많이 한 2013년 9월 25일. 다들 한결같이 한 소설가의 떠남을 슬퍼하네요. 병이 주는 고통을 받아 안고 잘 참아내느라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빚어 많은 이를 기쁘게 했던 끝없는 창작의 노력에도 감사했습니다.
이제 나보다 먼저 하늘길로 떠난 내 친구를 용서해 드려야겠지요? 용서 안하면 삐치실 거지요? 그러나 나는 빈소에도 장례식에도 가지 않고 수도원 골방에서 조용히 기도만 할 거니 서운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영정사진을 바라볼 용기가 나질 않거든요.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또다시 울고 싶지 않거든요.
만날 적마다 즐겁고 유쾌했던 우리의 대화가 더 깊은 침묵 속에, 성인들의 통공(通功) 속에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활짝 웃는 한 권의 소설로 하느님과 성인들을 기쁘게 해 드리세요. 가족과 친지들의 가슴속에서 ‘깊고 푸른 밤’의 ‘베드로 별’이 되어 주세요. ‘더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치라’(루카 5장 4절)고 내 작업실 방명록에 적어준 성서 구절을 읽어봅니다.
‘이해인 수녀와 나는 동갑내기이자 씨동무이자 피를 나눈 육친의 오누이다. 이란성 쌍둥이다. 수녀의 엄마는 내 오마니고 동심의 꽃밭에서 뛰노는 아이는 나다. 아직도 어린 날의 눈물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내게 들려주는 수녀의 동시는 영혼의 자장가이다.’
지난해 만든 동시 음반 ‘엄마와 분꽃’에 좋은 친구로서 얹어 준 추천의 글귀를 다시 읽으며 하얀 손수건에 떨어지는 눈물을 나의 기도로 봉헌합니다. 최인호 선생님, 베드로 형제님, 나의 벗님, 당신이 그리던 지복의 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사랑합니다.
‘주 날개 밑 쉬는 내 영혼 영원히 살게 되리라’ 성가를 부르며 향을 피워 올릴게요.
2013년 9월 26일 이해인 수녀(시인)
-가톨릭 굿뉴스에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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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신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과 소설가이신 최인호 작가가 저리도 가까이 지내셨군요. 참 보기가 좋습니다. 최 작가가 베드로이신 줄은 요즘 알았습니다. 베드로의 구원과 수녀님의 쾌유를 위해 빕니다. 주님, 베드로 형제와 클라우디아 수녀님에게 자비와 은총을 베푸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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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생애를 꼭 소설로 쓴다더니 그 숙제는 어떻게 하고, 서울교구 주보를 최인호의 글 때문에 본다던 그 많은 독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하신 추모 말씀이 바로 우리 마음이네요. 좋으신 우리 주 하느님 나라에서 안식하시길 빕니다. 예수님 가시면서 우리 어머니가 되신 사랑이신 이여! 그를 위해 빌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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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베드로 형제님! 이제야 그 힘든 암 투병 고통 다 내려놓으셨으니 불러 가신 주님 나라에서 마더 데레사 수녀님,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이랑 이태석 요한 신부님도 뵙고 안식하시길 빕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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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 본명은 명숙(明淑)이지만 시작(詩作)을 하시면서 필명을 해인(海仁)으로 써 오시는데,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하고 수녀원도 부산에 있기에 많이 본 바다가 친숙해지고 좋아서 바다'해'자를 따고 언니가 인숙, 오빠가 인구 등 어질'인'자 이름들이라서 '해인'으로 정하셨다더군요. 강원도 출신 어머니와 결혼하신 인천 출신의 자상하신 아버지는 전쟁 중에 납북되셨고 1남3녀 중 세째로 언니랑 여동생이 다 수녀님이시고, 직장암 투병중이시랍니다. 베드로 형제님 안식과 클라우디아 수녀님 치유를 위해 빕니다. 주님, 저희 기도 꼭 들어 주시는 거죠?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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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덕(完德)을 추구하는 도반(道伴)이라는 말씀에 숨이 멎습니다. 지난한 우리 신앙 여정이 함축돼 있는 듯해서요.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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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추모의글 대상 대부분이 천주교인이시네요. 수녀님 쾌유를 위해 빕니다. 당신이 그를 일으켜 주시고 감싸 주시고 굳세게 하시어 주신 기량 당신 위해 마음껏 펼치며 더욱 힘차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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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문우(文友)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으로부터 '수많은 작품을 빚어 많은 이를 기쁘게 했던 끝없는 창작의 노력에도 감사했습니다.'며 추모 받으신 최인호 베드로 형제님, 주님 평화의 나라에서 영면하시길 빕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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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한 권의 소설로 하느님과 성인들을 기쁘게 해 드리십시오', '가족 친지들의 가슴 속에서 깊고 푸른 밤의 베드로의 별이 되세요.' 하신 수녀님 기도대로 그리 하시고, 또 그리 되십시오. 한 분 영롱하신 이여,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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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 실으신 '가족'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렵던 시절 어쩌다 여행을 갈 때면 그 '가족'을 보기 위해 버스 터미날이나 기차역 가판대에서 당신이 든 샘터를 사기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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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형제 위해 하얀 손수건에 떨어지는 눈물로 기도를 봉헌하신 수녀님, 베드로의 구원과 당신의 치유를 위해 감실 앞 꿇은 눈물로 간구하오니, 어서 나아 오셔서 햇살 빛나는 글로 우리 맘 선히 엮어 이끌어 주세요! 꼬옥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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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네요. 천원짜리 지폐 한 장도 쪼개어 쓰던 시절이였지요. 헐은 잡지, 샘터마저 돈 내고 사지 못하던 때가 꽤나 오래 우리 곁에 있었으니까요. 그 암울하고 서슬이 퍼렇던 시절, 선데이서울 흘끔거리면서도 샘터를 집어든 이가 많았습니다. 최 작가가 올린 '가족'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다혜며 도단이는 우리네 자식들이기도 했기에... 베드로 형제, 잘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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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하늘의 구름이 아름답던 날 가신 이여,
글로 맹근 나라에서 사랑으로 사시던 이여,
이젠 주님 품에서 고이 쉬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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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 종부성사 때 눈 뜨고 방긋 웃고 가시더래'신 동생 수녀님 전언대로 당신 사랑 이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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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같은 '가족'으로 우리랑 살던 베드로가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란 말이냐? 주님 말씀을 믿고 따라 실천하는 이가 바로 내 어머니요 형제요 누이'라시던 주님 나라 가족과 지내도록 그를 너그러이 받아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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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잔치를 벌렸네요? 저도 빠질 수 없어 한 꼭지 답니다. 최 작가님은 누가 뭐래도 "경아,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어쩌고 하던 명대사(?) 영화, 신성일, 안인숙의 '별들의 고향'이 우리네 마음속에 제일 깊게 각인된 거 아닐까요? 순수시대의 달달한 추억과 풋풋한 로망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님들 다 좋은 나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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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의 동시(童詩) 음반 '엄마와 분꽃'에 '아직도 어린날의 눈물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내게 수녀의 동시는 영혼의 자장가이다.'고 추천의 글을 써 주셨다는 최 작가 베드로 형제님이 이젠 우리 주님 좋은나라 꽃동산에서 크신 이를 찬양하는 찬미가를 쓰고 있진 않으시려나요,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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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서 최인호님의 '가족'과 만나면서부터 글과 친해졌단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가족'의 힘이 많은 이들을 그렇게 글 주변으로 모았으리라.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의 '가족'이 같은 시대의 사람들을 마구 꼬았다. 고맙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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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 덜한 삶 되도록 님 길 좇아 가리이다.
거칠고 좁아도 문이신 당신만 찾으리이다.
바깥 양, 잃은 양 찾아 나서 모으오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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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지으시고 말 구유 여물처럼 오신 이여
제물로 가셔서 끝심판 날 다시 오실 이여
살던 님 길에서 부르신 그에게 자비 베푸시고
당신 어머니 길에서 앓는 그 됴히 나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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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늘 계시는 이여, 저희 드리는 온 맘 기도 들으시고 너그러이 받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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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 주신 우리 님들 고맙습니다. 최 작가 가신 날, 이 수녀님 부탁받으신 '인호 형을 위한 특별기도'에 우리 마음도 모았습니다. 인호 작가는 소원하시던 자비 입으시고, 클라우디아 수녀님은 24호 태풍 '다나스' 벗어나듯 병마 터는 치유은총 입으시길 빕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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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자비와 은혜가 햇살처럼 따뜻이, 미리내처럼 풍성히 그들에게 내리시길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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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 계시는 전능하신 분이시여,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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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성체와 성혈로 오시어 저희 영성 찌우시고 저희 죄 맑히시는 주 하느님,
불러 가신 최 베드로 형제와 병상의 이 수녀님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온 세상보다 보다 더 크시고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이여,
자비와 은혜로 구원과 치유를 베푸시고 찬미와 감사,
영광과 흠숭을 세세대대이 받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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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주님 주님, 사랑합니다!
성모님 성모님, 사랑합니다!
좋은 님들 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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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신 이여, 뒤꿈치로 뱀의 머리를 바술 우리 낳아 길러 주시고 지켜 주시는 주님의 어머니시여, 당신 자녀 구원과 치유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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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중에도 서울교구 주보에 글을 오래도록 게재하신 최인호 베드로 형제님, 정진석 추기경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애석해하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의 '가족'을 읽으며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며 그의 안식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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