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성당 문을 드나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으로 들어갈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을까?
문이란 도대체 무엇하러 있는 것일까?
무슨 말을 그렇게 묻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문이야 물론 드나들라고 있지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드나드는 데 구태여 문이 있어야 할 것도 없습니다.
벽에다 큼직한 구멍을 하나 내면 될 일이고
여닫는 것은 든든한 빗장을 하나 꽂고
판대기나 갖다대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그래 놓으면 사람들 드나들기에도
도리어 편하고 값도 적게 먹히고
실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걸 [문]이라 일컬을 수는 물론 없습니다.
문이란 그저 쓸모만으로 그치는 게 아닙니다.
문나름으로의 말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문턱을 넘을 때
우리는 바깥으로부터 안으로 들어옵니다.
바깥에는 세상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생동하고 창작하는 세상입니다.
거기에는 또 추악하고 저속한 것도 있습니다.
어수선한 장터처럼 제가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붐비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스럽지 못한 곳으로 여기자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문을 지나면서
장터와는 분별된 조용하고 축성된 내부에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는 성소입니다.
물론 천하만물이 하느님의 업적이며
선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서나 우리를 대해주실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모든것을 하느님 손에서 받아
경건함 마음가짐으로 축성해야 합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하느님께 따로 축별된 곳이 있음을
아울러 의식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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