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서 계속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염도(念禱)는 유덕한 자나 하는 것이지
자기들은 그것을 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며,
혹은 충분히 깨끗하지 못하므로
가끔 성체를 영할 용기가 없다든가,
자기들처럼 약한 죄인이 신심 수업에 섞이면
신심을 더럽힌다 하며,
혹은 가진 재능을 하느님과 남을 위해서 쓰는 것을 거절하고,
자기들은 약하니까
만일 무슨 선업의 도구라도 된다면
교만에 떨어질 위험이 있어
남을 돌보아 주고 자기는 텅비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은 핑계이며
거짓 겸손일 뿐 아니라 악의가 있는 겸손이다.
즉 이것으로써 그는 은근히 교묘하게
하느님의 사물을 비방하고,
혹은 적어도 겸손의 가면으로써
자기 사사로운 의견과 사사 감정과
게으름을 숨기는 것이다.
이사이야 선지자가 아캇 왕에게
<하느님께 예언적 징조를 청하라,
혹은 하늘 높은 곳 또는 바다 깊은 곳에 구하라.>고 했더니,
아캇은 대답하기를
<나는 이것을 구하지 않겠으며 주를 시험하지 않겠노라.>(이사야 7,12)
오! 얼마나 악한 자인고,
그는 하느님을 많이 공경하는 척 보이고
겸손의 가면 아래 자애 깊으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총을
받지 않으려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려 하실 때
이를 거절하는 것은 교만과 다름 없다는 것을 모르느냐?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의무가 있다.
이에 복종하고 될 수 있는 한
그 성의를 따르는 것이 참된 겸손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하느님의 성의는 우리가 완덕에 이르고
하느님과 일치하며
될 수 있는 대로 하느님을 본받는 것이다.
자기 힘에 신뢰하는 교만한 자는
무엇이든지 일부러 계획치 않는 경우가 있으나,
겸손한 자는 자기의 무능함을 아는고로 더욱 용감하다.
그는 자기의 나약을 깨닫는 고로
점점 대담해 진다.
우리의 나약에서 하느님의 전능이 나타나고
우리의 죄 때문에
그 자비를 베푸심을 아는 고로 더욱 주께 의뢰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지도자가
우리의 진보에 우익하다고 판단하는 바는
겸손되이 경건하게 이를 행해야 한다.
자기 모르는 바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고,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면서 학자(學者) 티를 내는 것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허영이다.
나는 아는 것에 대해서도
학자처럼 하기 싫고
또 이와 반대로 일부러 모르는 체 하기도 싫다.
애덕을 위해서는 타인에게 알아야 할 사정 뿐 아니라,
그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까지라도
단순하고 예사롭게 가르쳐야 한다.
겸손은 온갖 덕을 본존하기 위해서 이를 숨기지만,
애덕이 요구할 때는
이것을 기르고 완성하기 위해서는
용맹하게 이것을 나타낸다.
띠로스 라는 섬(島) 어떤 나무는 밤이 되면
그 아름다운 꽃을 닫고
아침 햇빛과 더불어 꽃이 피는 고로
섬 사람들은 이 꽃은 밤에 잔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겸손도
우리의 모든 덕과 능력을 덮어 숨기고
애덕을 위해서만 이것을 이것을 나타낸다.
애덕은 이미 인간 세계의 덕이 아니고 천상덕이며.
윤리덕이 아니고 향수덕이며,
말하자면 온갖 덕의 태양이므로
모든 덕 위에 군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겸손이 애덕을 손상하는 때는
확실히 그것은 거짓 겸손이다.
나는 똑똑한 체하지 않는 동시에
어리석은 자처럼 꾸미지도 않겠다.
총명한 체 하는 것이 겸손을 거스른다면,
어리석은 자로 꾸미는 것은 단순함과 솔직함을 거스는 것이다.
즉 허영이 겸손의 원수라면
기교(技巧), 가장(假裝)은 단순과 솔직함의 적이다.
하느님의 위대한 종들 중
어떤 사람들이 세인에게 천대를 받고 싶어
어리석은 흉내를 낸 것은 감탄할 만한 것이나
결코 본 받을 모범은 아니다.
그들이 극단적으로 나아간 것은 특수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누구나 그 행동을 따라 자기의 소업을 다스릴 수는 없다.
다윗 성왕이
결약의 궤 앞에서 춤을 추어 얼마간
일반적 근심의 도를 넘친 것은(열왕기 2, 6)
스스로 어리석은 자인 체 꾸민 것이 아니고,
마음의 기쁨이 저절로 밖에 넘쳐 나온 것이다.
그래서 미골 왕비가
그의 광태(狂態)를 책(責) 때에도
그는 멸시당한 것을 골 내지 않고,
그 복된 감정을 단순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며,
하느님을 위해 사소한 치욕을
받는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대도 참되고 순박한 신심의 수업(修業) 때문에
천하고 어리석은 자로 남에게 평가된다면,
그 이유는 그대에게 있지 않고,
이렇게 평하는 자에게 있으니
안심하고 겸손되이 다윗 성왕을 본받아
이 복된 멸시를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 完 (Eilogue)-----------
기의 무능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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