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그대의 희망은 더 깊이 겸손의 길을 파고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을 실행하는 것은 겸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총명한 수업이라 하겠다.
이제부터 나는 한 걸을 더 나아가 말하겠다.
많은 사람들은 자랑과 허영에 떨어질까 무서워서
하느님께서 특별히
자기에게 주신 성총에 대하여 생각지를 않는데
이는 잘못이다.
천사적(天使的) 박사 성 토마스의 가르치는 바와 같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참된 방법은
그 주시는 은혜를 생각하는 것이다.
주의 은혜를 깊이 알수록
우리는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특수한 개인적 은혜는 보편적인 은혜보다
우리 마음을 감동시키므로
일층 더 깊이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하느님의 자비 앞에 우리를 겸손되이 하고
그 은총의 풍성함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며,
하느님의 공의(公義)에 자기를 낮추고
우리 죄의 막대함을 알아보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것과
우리가 하느님께 한것을 생각해 보자.
우리 죄를 잘 따져서 생각해 보듯이 하느님의 성총도 일일이 생각해 보자.
우리 안(內)의 선(善)은
우리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는 진리만 잊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은총을 아는 것이 우리를 교만으로 인도할 염려는 없다.
임금의 귀하고 향기로운 짐을 싣고 있어도
당나귀는 흉하고 냄새나는 동물이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ㅣ고린토 4,7)
사실은 이와 반대로
지식은 감사를 생기게 하는 것이니
받은 성총의 회상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그러나 만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총을 헤어서
마음안에 조금이라도 자랑의 그늘이 진다면
이 때 제일 좋은 약은
우리의 배은(背恩),
결점, 참상을 반성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지 않으실 때
우리의 행하는 바를 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실 때
우리의 행하는 바는 우리의 힘도 아니고
우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것이다.
설령 우리가 이것을 가졌기 때문에
기쁨을 억누룰 수 없을지라도 영광은
그 근원이신 하느님께만 돌릴 것이다.
성모님도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위대한 일을 행하심을 고백하셨으나
그것은 오로지 자신을 낮추시고 하느님을 찬미하시기 위함이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루가 1,46-47)
우리는 가끔 자기는 허무하고 죄인이며
세상의 찌꺼기라고 입밖에 내지만,
만일 남이 이것을 그대로 신용하여 사람들에게 퍼뜨리면
대단히 분노할 것이다.
우리가 달아나 숨는 것은
기실(基實)은 남들에게 기림을 받고 찾아 다님을 받고 싶어서이다.
식탁 말석에 앉는 흉내를 내는 것은 묘하게 상좌(上座)로 가기 위해서이다.
참된 겸손은 겸손의 가면을 쓰지 않고
겸손의 말을 하지 않는다.
겸손은 다른 덕행을 숨길 뿐만 아니라
주로 자기 자신을 숨기려고 힘쓴다.
만일 거짓말을 하고 모르는 체하며 남을 걸려 넘어지게 해도 좋다면
교만 무례한 짓으로 그 아래 숨어 남에게 알리지 않게 할 것이다.
사랑하는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겸손한 말을 전연 입밖에 내놓지 않든지
그렇지 않으면 입 밖에 내려면
합당한 참견손의 감정을 가지고 말하든지 해야한다.
눈을 내리뜨는 경우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을 낮추고,
기쁘게 말석에 가고 싶지 않거든
사양하는 흉내를 내지 말라.
그러나 다음것을 덧붙이겠다.
때로는 결코 승낙할 것같지도 않은 사람에게 예의상 상좌를 사양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허위도 아니고 위선(僞善)도 아니다.
이런 경우의 겸손된 사양은 그에게 대한 존경의 첫걸음이다.
이 존경을 전연 그에게 줄 수 없는 고로
적어도 그 제일보를 주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엄격하게 말하면 전연 참되다고 말할 수 없는
어떤 종류의 존대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존대말을 쓰고 있는 사람의 심정이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려는
참된 뜻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해도 좋다.
비록 말투는 우리의 말하고 싶은 바를 다소 과장해도
습관을 따라 이를 쓰는데는 조금도 상관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단순 질박한 심정을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가 쓰는 말이 될 수 있는 한 진실되고
우리의 감정을 반영시키는 것이 좋겠다.
참말 겸손한 자는 자기가 말하기보다 남에게서,
"그는 못쓰겠어, 아무래도 쓸데가 없어"라는 말을 듣기를 좋아하며,
적어도 남이 그렇게 말해도 항변하지 않고,
쾌히 받아 들인다.
이는 자기 스스로 그렇다고 믿는 고로
그는 남과 자기와의 평가가 일치됨을 기뻐하는 것이다.
-----------(2)는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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