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나 지위는
사람들에게 짓밟힐수록 곱게 번성하는
사후랑 꽃과 같은 것이다.
스스로 찬미(讚美)하는 아름다움은
아름답기는 하나 명예(名譽)는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돌아보지 않는 곳에 품(品)이 있는 것이다.
학문도 교만도 일으키고
자랑함에 빠진다면
이는 치욕(恥辱)이다.
지위나 지식,
칭호를 자신이 야단스럽게 굴면
사람들의 반감과
비평을 초래할 뿐 아니라,
천(賤)하게 되고 만다.
기대하지 않고 받은 명예야말로 아름다운저!
이를 찾아 구(求)함은 야비스런 마음씨다.
공작(孔雀)이
제 스스로 거만하게 꼬리를 펴면
아름다운 털 외에
다른 털까지 일어서서
보기 흉(凶)한 부분이 보인다.
바탕이 고운 화초(花草)도
꺽어다 장식에 쓰면 시들어 버린다.
연(蓮)꽃 향기를
멀리서 잠깐 맡으면 매우 상쾌하지만,
가까이 가서 오래 맡으면
졸음이 오고 병(病)이 난다.
이처럼 명예도 억지로 찾지 않고 즐기지 않으면
멀리서 가볍게 이를 맡는 자에게 상쾌한 위안(慰安)이 되지만
이것에 애착하고
이것으로 살려는 자에게는 큰 해(害)가 된다.
덕행과 추구와 사랑은 우리를 유덕하게 하나,
명예에 대한 추구와 사랑은 우리를 천하고 어리석게 만든다.
고상한 사람은 지위, 명예, 격식같은
아주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
이런 일에 마음을 번거로이 함은
게으른 자의 번민이다.
진주 목걸이를 가진 사람은
조개껍질의 가짜 구슬을 목에 걸지 않는다.
덕을 닦으려는 사람은 명예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물론 누구든지 손쉽게 각별한 노력 없이 하는 일이면
신분에 합당하게 행동해도 겸손을 손상치는 않는다.
페루(Peru) 나라에서 온 나그네는 금과 은을 가져오는 외에
진기한 원숭이와 앵무새를 데리고 오는데,
이것은 별로 비싸지도 않고
배타는데 방해도 되지 않는 연고다.
이처럼 덕을 닦으려는 자도
자기의 지위나 명예에 관심치 않고
다만 그것이 그다지 귀찮치도 않고
근심이나 불안이나 쟁론의 원인도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는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민중(民衆)에게
위엄을 보존해야만 할 사람들과,
특수한 이유로 중대한 결과를
예상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
이런 경우에는 각자가
사랑과 예의를 잃지 않고
근심과 조심으로써
자기의 정당한 위엄을 보존해야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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