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세오는 한 가난한 과부에게
<큰 빈 그릇을 빌려다가 그 안에 기름을 채우라.>고 명했다.(일왕기 4,44)
하느님의 성총을
우리 마음에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영광을 없애야 한다.
독수리는 다른 사나운 새들의 자태를 보면
큰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이상한 위력으로써
그들을 위압하는 고로
비둘기는 안심하고 독수리와 살며
그 곁에서 잔다고 한다.
이처럼 겸손은
사탄을 쫓고
우리에게 성총과 성신 칠은을 보존케 한다.
모든 성인들
특히 모든 성인의 왕과 그의 모후께서
다른 모든 덕에서 뛰어나게
이 귀하고 아름다운 덕을 사랑하신 것은
오로지 이런 까닭에서다.
허영이란 내게 없는 것,
내게 있어도 내 것이 아닌 것,
혹은 비록 내게 있고 또 내 것일지라도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는 것이다.
문벌, 신분의 존귀한 대우,
인간적 인기 같은 것은 내 것이 아닌
자기 조상의 것이며
타인의 평가다.
훌륭한 말을 타고
아름다운 새털을 모자에 꽂고
화려한 옷을 입어 의기 양양하여
남을 업신 여기는 자가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자랑할 바는 그 말과 새와 재봉사(載縫師)다.
자기의 잘남을 빛내기 위해서
한 마리의 말과 새와 옷 한 벌을 빌려 온다는 것은
얼마나 한심한 일일까!
양끝을 뽀족하게 올려 붙인 콧 수염,
빚질한 턱수염,
곱슬곱슬하게 지진 머리털,
부드러운 손가락을 자랑하고 춤,
음악,
목소리 좋은 것을 자만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은 장난같은 것에다
자기 가치를 걸고
이것으로 명성을 높이려고 함은
비겁하고 미련한 것이 아닌가?
하찮은 학문을 내세우고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각 사람이 그 슬하에 와 교훈 받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무리를 학문을 자랑하는 자라고 한다.
또 자기의 미모(美貌)를 뽐내며
누구나 다 자기에게 아양을 부리는 줄로 믿는 자가 있다.
이상 모든 것은 다 극히 헛되고 어리석으며
참월(僭越)하기 짝이 없는 것이며
이런 천박한 이유에서 생기는 자랑은 실없고
어리석은 허영이라 하는 것이다.
참다운 덕은 진짜 향액처럼 해서 알아본다.
향액을 물 안에서 증류(蒸留)할 때
물 밑에 가라앉아 남는 것은 고귀한 향액이다.
어떤 사람이 참으면 현자(賢子)이며
학자 또는 인자(仁子),
귀인(貴人)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으면,
그의 덕행이 겸손, 굴욕, 복종으로 향하나
그렇지 않나를 검사하면 된다.
만일 그렇다면 참 덕행(德行)이다.
이와 반대로 표면에 떠서 사람들에게 나타내려고 하는 때는
그 정도 이하에 따라 거짓 덕행의 정도를 알게 된다.
폭풍과 천둥 번개중에 만들어진 진주는
외형만은 진주라도 알이 없다.
교만,
자부(自負),
허영 중에 자라난 덕과 좋은 성질도
외관 뿐이고
속에는 생활한 견고함이 없다.
-------------(2)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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