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에게 세 가지 좋은 실례를 들겠다.
이사악은 레벡가를 자기 여동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비멜렉은
어떤 날 이사악이 레벡가를 희롱하며 그를 애무하는 모양을 보고
곧 부부(夫婦)라고 인정하였다. (창세기 26)
악한 사람이 이런 광경을 보았으면,
꼭 두 사람이 부끄러운 죄를 지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비멜렉은 이 사실에 대해서 호의로 해석하였다.
사랑하는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우리도 이처럼 남을 판단할 때 될 수 있는 대로 호의를 가지고 하며,
어떤 사정이 백 가지 다른 모양을 가졌거든 그 중 가장 아름다운 모양으로 이를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성모님께서 잉태하셨을 때
성 요셉은 이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하셨지만,
그는 한편으로 거룩한 동정녀의 지극히 거룩하신 것을 잘 아시고
계셨던 고로 이 잉태함이 죄악의 결과가 아님을 믿을 수 있었다.
요셉은 그대로 마리아를 떠나 하느님의 심판에 맡기려고 결심하였다.
이 동정녀에게 의심을 품을 근거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모 마리아를 판단하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성신이 말씀하신 대로 그는 의인이었기 때문이다.(마태오 1, 19)
의인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대해서 의심이 생겨
그 사실과 의지에 대해 변해할 여지가 없을 때도
감히 이를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께 맡긴다.
최후로 십자가상의 우리 주께서는 주를 사형에 처한 자들의 죄를
덮어 주실 수는 없었지만,
그 죄과를 경감해 주시려고 그들의 무지(無知)함을 드러내셨다.(루가 23, 34)
우리도 남의 죄를 변해할 수 없는 때는 알지 못함과 나약함 등의
가장 추측하기 쉬운 이유를 찾아 적어도 그를 가련히 여겨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결코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가?
사랑하는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그렇다.
죄인을 정의대로 판단하시는 것은 홀로 하느님 뿐이시다.
하느님은 사람들의 귀에다 그 심판을 알리시기 위해서 법관의 선고를 사용하신다.
그러나 법관은 요컨대 단지 통역이나 설명하는 자에 지나지 않고.
하느님의 명하시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만을 선고할 뿐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자기 감정으로써 판결한다면,
즉 자기를 스스로 심판자로 하여 후일에 하느님께 심판을 받을 원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남을 판단하는 것은 엄금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한가지 일을 보거나 인정하는 것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심판이란 적어도
성서의 어법(語法)으로써는 작다든지 크다든지,
혹은 진실되든 외면적이든
판단의 곤란이 있을 경우에 한한 것이다.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으리라.>고 성서에 있음은
뷸신자의 멸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또 남에게 의혹을 품는 것은 반드시 죄라고는 못한다.
금한 것을 판단하는 것이지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당한 의혹은 그 근거나 이유가 있을 때 한해서이고
그렇지 않으면 망년된 의혹이라 할 것이다.
야곱이 라헬을 우물가에서 친구했을 때(창세기 29)
혹은 레벡가가 모르는 외국인인 엘리에젤에게 팔찌와 귀걸이를 받은 것을(창세기 24)
악한 사람이 엿보았으면,
반드시 하등의 근거도 이유도 없이 조촐함의 모범인 이 두 사람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 자체에 있어 선악의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을 때,
다른 아무런 의심할 만한 분명한 이유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나쁘게 해석하는 것은 망령된 의혹이다.
또 이런 행위에서 곧 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은 망령된 판단이다.
더욱 자기 양심을 참으로 잘 기르는 사람이
함부로 판단하는 죄에 떨어지는 일는 극히 드물다.
마치 꿀벌이 안개가 많이 낀 날에는
제 벌집에 들어앉아서 꿀을 만드는 것처럼,
의인은 분명하지 않은 사건이나
남의 알 수 없는 일에 호기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자기 마음 안에 숨어
자기 진보에 필요한 착한 생각을 연마하는 까닭이다.
남의 생활을 이것 저것 평하여 기뻐하는 것은
일이 없는 게으른 자가 하는것이다.
가정에서나 한 나라에서 사람들을 감독하는 임무를 담당한 자는 예외다.
그런 임무를 가진 자의 의무는 주로 남의 양심을 감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도 다만 사랑으로써 그 임무를 다하며,
더구나 자신을 반성하고 근신해야 한다.
----------------------(2) 끝--Epilogu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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