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심판하지 마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심판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남을 단죄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단죄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루가 6, 37)함은 우리 영혼의 구세주의 말씀이다.
또 사도 바울로도
<그러므로 주님께서 오시기 전에는 미리 무엇이고 심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오시면 어두움 속에 감추어진 것을 밝혀 내시고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내실 것입니다.>(ㅣ고린토 4,5:)고 말씀하셨다.
망령된 판단이 하느님의 마음을 얼마나 크게 거스르는 것일까?
사람의 자식은 서로 남의 재판자가 아니다.
남을 판단할 때 그들은 주(主)의 권리를 빼앗는 고로 그 판단은 망령된 것이다.
죄의 미워할 바 원인이 되는 의지와 목적은
우리에게는 감추인 비밀인 고로 감히 남을 판단할 때는
우리 판단은 망령된 것이다.
우리는 남을 판단하기 전에 오히려 자신을 살펴야함에도 불구하고
감히 남을 판단할 때는 우리 판단은 망령된 것이다.
또한 남을 판단치 않음은
자기를 판단하는 사후의 심판을 면하기 위한 요건이다.
오주 친히 전자(前者)를 금하시고
사도 성 바울로는
(우리가 먼저 우리 자신을 잘 살핀다면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ㅣ고린토 11, 31)고 후자(後者)를 명하셨다.
오! 주여,
우리는 그와 정반대를 행하여 금하신 바는 그치지 않고,
자신을 판단하라고 명하신 바는 여태껏 한 번도 실행치 않았나이다.
망령된 판단은 모름지기 그 근본으로 올라가 바르게 해야 한다.
예컨데 타고난 성질이 엄격한 자는
만사를 다 사각사면(四角四面)으로 보고
아모스 선지자의 말씀처럼
정의를 쓴풀(苦草)로 만들어(아모스 6, 13)
언제나 엄격하게 남을 판단하지만
이런 사람은 마음의 쓴맛이 천성에서 나온 것인 만큼
더욱 이것을 고치기가 어려워서
특히 훌륭한 영혼의 망령된 판단과 비방의 악습을 불러들일 위험이 있으니
명심하여 스스로 고쳐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엄격한 천성에서가 아니고 교만 때문에
망령된 판단을 내리는 일이 있다.
즉 남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은 자기 명예를 올리는 원인이라고 믿는
교만하고 허영스런 사람은
언제나 자기를 칭찬하고 자랑하며<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릅니다.>(루가 18, 11)라고
말한 저 어리석은 바리사이파 사람처럼
남을 모두 저급하고 비천한 자로 얕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뚜렷한 교만심은 갖지 않았지만,
남의 결점을 생각할 때마다
일종의 은밀한 쾌감을 품는다.
이는 필경 자기는 그와 반대로 덕행을 가졌다고 믿고
이것을 스스로 만족하게 느끼고
남에게도 느께게 하고 싶어하는데 귀착한다.
그러나 이 쾌감은 의식치 않게 잠재(潛在)하는 고로
이런 악습을 가진 자는 남에게 주의를 받고서야 비로소 깨닫는 정도다.
또 어떤 이는 자신에게 아첨하고 자기를 변호하기 위하여
혹은 자기 양심 가책을 면하고 싶어서
즐겨 남도 자기와 동일한 자로
혹은 동일한 정도의 다른 죄를 가졌다고 판단한다.
즉 범죄자를 늘려서 자기 죄를 감싸 주려고 힘쓴다.
또 어떤 사람이 망령된 판단을 감히 하는 것은
인정의 기미(機微)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의 표리(表裏)를 살피려고 하는
일종의 심리 해부적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의 판단이 잘 들어맞는 일이 있으면
그 흥미와 취미는 점점 더 커져서
중도에서 그치기는 매우 어렵게 된다.
또 어떤 이는 정욕 때문에 망령된 판단을 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자는 늘 선량(善良)하고
자기가 싫은 사람은 언제나 악(惡)한 자다.
그러나 어떤 때는 과도한 사랑 때문에 애인을 판단하는 일이 없다.
얼핏 보면 이상히 생각되지만,
참으로 이 괴상한 결과는 불순 불안한 병적(病的) 애욕(愛慾)에서
생기는 질투의 현상인데,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못 믿어워하고
남편이나 아내의 정조를 의심하는 자가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바이다.
이외 공포, 야심 등 여러가지 정신적 결함의 의혹과 망령된 판단이
원인이 되는 일도 가끔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것을 고칠 것인가?
이디오피아에서 나는 오휘후사라는 풀의 즙(汁)의 독이 몸에 닿으면
뱀이나 다른 무서운 환상이 보인다.
이 병을 낳게 하려면 종려술(棕櫚酒)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이와 같이 교만, 질투, 야심, 증오 등을 마신 사람에게는
보는 것, 듣는 것이 다 비난의 재료가 된다.
이런 자들은 반드시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애덕의 거룩한 술을 마셔야 한다.
그러면 이 그릇된 판단의 근원이 되는 악한 생각이 고쳐질 것이다.
애덕은 남의 악을 보는 것조차 피한다.
일부러 그것을 폭로하기는 커녕
불행이 악을 만나는 경우에는 옆을 보고
모르는 체한다.
악이 가까이 오면 잘 보기 전에 눈을 감고
거룩하고 단순한 심정으로
그것은 악이 아니고 그 환상이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할수없이 악을 인정해야만 할 때도 빨리 얼굴을 돌이켜
이것을 잊으려고 힘쓴다.
애덕은 모든 악한 것에 좋은 약이지만
더구나 이 악습에 특효가 있는 약이다.
황달병으로 누렇게 된 사람에게는 무엇이나 누렇게 보인다.
이 병을 고치기에는
발바닥에다 백굴채(白屈菜)라는 풀을 붙이면 된다.
망령된 판단의 죄는 정신적 황달병인 고로
이것에 걸린 사람은 세상 만물이 악하게 본다.
그래서 이것을 고치기에는 약을 눈(즉 이성)에다 바르지 말고
영혼의 발(즉 감정)에다 바르면 된다.
그대의 감정이 양순하면
판단도 너그럽고,
그것이 애덕에 충만하면
그대의 판단도 또한 사랑에 넘칠 것이다.
-------------- (1)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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