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 왕비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주님께 피신처를 구합니다. "당신 손으로 저희를 구하시고, 외로운 저를 도우소서.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며, 우리의 처지를 헤아리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을 굳게 믿고 간절히 청하는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동양 고전인 [논어]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공자는 "너의 마음을 상대방의 마음과 같게 하여라. 곧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라고 대답합니다. 남의 마음 헤아리기를 내 마음 헤아리듯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황금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그도 하고 싶어 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그도 하기 싫어합니다. 그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배려심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그도 나에게 그렇게 합니다.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고 세상을 살맛나게 해 줍니다. 이러한 믿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청하고 찾으며, 문을 두드리는'(마태 7,7 참조) 끈기를 보이라 말씀하십니다. 한 번 하고 그치는 일회성 기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주님께 간구하는 자세가 '기도의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진정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하느님께서 어떠한 마음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계시는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이 잘되기만을 바라시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시고 보살펴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이 필요한 것과 구하는 것을 결코 모른 체하지 않으시며, 자녀들이 미처 구하지 구하지 못하는 은총도 내려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하느님에게서 버림을 받았다거나 하느님께서 고통만 안겨 주실 뿐 돌보아 주지 않으신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웃에게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의 손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간절히 청할 것은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성령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 안에 벌어지는 모든 희로애락, 흥망성쇠를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건강과 젊음에 행복해하지만 언젠가 주어질 병고와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오늘 내가 진정으로 청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기도의 대상이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얼토당토않은 것, 기복적인 것보다 더 큰 공동선을 위해, 더 아름다운 세상의 건설을 위해, 더 참된 가치의 추구와 실현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이타적인 삶, 좀 더 인내하며 함께 가는 삶을 살도록 청해야겠습니다.
성령님, 하느님께 바라는 것이 현세의 부귀영화인가, 아니면 영원한 생명인가를 올바로 판단하여 그분의 거룩함에 동참할 수 있게 하소서, 아멘. -------- 오늘의 강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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