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입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어떠한 태도로 섬겨야 하는지를 겸손한 종의 비유를 들어 알려 주십니다. 겸손한 종은 주인의 분부를 성실히 수행하였음에도 단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이 묘비명에 새겨져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묵주알>의 저자로 잘 알려진 나가이 다카시 박사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에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그는 사랑하는 아내는 물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 또한 백혈병과 피폭자로서 죽는 순간까지도 매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하며 자신과 그 지역이 받는 고통의 의미를 해석하며 죽음 직전까지 신앙을 증언하고 평화를 위한 수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나가이 박사는 왜 하필이면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이 투하되어야 했는지, 그것도 독실한 신자들의 마을에 떨어져 8천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희생시킨 이유가 무엇인지를 대답합니다. "나가사키는 제2차 세계 대전과 연루된 모든 민족들의 죄악을 속죄하기 위해 제단 위에 번제물로 바쳐진, 하느님의 선택된 희생 제물, '흠없는 어린양'입니다."(폴 그린, <나가사키의 노래> 참조)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흠 없는 어린양이 수없이 희생된 후에야 전쟁은 끝이 나고 세상은 평화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끊임없는 침략 야욕으로 전쟁의 한복판에서 삶의 질곡을 견디며 신앙을 증언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모든 고통과 기구한 삶의 역정이 평화를 위한 희생 제물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묘비에 새겨진 성경 말씀대로 그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인생의 결론으로 "주님의 종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신앙인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바치는 크고 작은 희생 제물입니다. 행복은 주님께서 주십니다. 미래 역시 주님께서 주관하십니다. 나가이 박사의 고백처럼 세상을 위해 우리 자신을 무슨 도구로 어떻게 쓰시든, 그저 "주님의 종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님, 참행복은 오로지 하느님 창조 질서를 따라 살 때만 얻을 수 있사오니, 저희가 늘 그분 뜻을 따라 살게 하소서, 아멘. ---------- 오늘의 강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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