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생명수의 강을 봅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가운데를 흐릅니다. 도성은 새로운 낙원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도성을 다스리십니다.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만이 그분을 뵐 수 있습니다.(제1독서) 방탕한 생활이나 세상의 근심에 빠져 사는 것은 깨어 사는 삶이 아닙니다. 주님께 온전한 믿음을 두고 사는 사람이 깨어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에게는 세상에 무슨 일이 닥쳐도 두려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깨어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세상의 온갖 유혹을 이기는 것, 죄짓지 않고 사는 것, 늘 기도하며 사는 것 등 여러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적극적인 의미에서 이 세 가지 질문을 하면서 살면 어떨까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세 질문에 대한 응답은 레오 톨스토이가 쓴 그의 단편, <세 가지 질문> 에서 볼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합니다.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미래는 불확실한 시간일 뿐이지만, 지금 경험하는 시간은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만난 사람은 이미 지나갔고, 미래의 만날 사람은 불확실할 뿐입니다. 오로지 지금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 가장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이것이 인간이 세상에 온 유일한 이유라고 했습니다.ㅈ 깨어 산다는 것의 적극적인 의미는 이렇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만남과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그들에게 선을 행하고 축복하는 삶을 말합니다.
우리가 깨어 있음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만남'과 '하는 일'에 대하여 자신이 바친 사랑의 깊이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종말은 삶의 마지막입니다. 개인의 죽음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훌륭하게 죽을 수 있는 삶'이 되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늘 깨어 기도할 것'을 명하십니다. 그것이 종말의 근본적인 준비라는 말씀입니다. 기도하며 살았다면 기도 속에서 운명하게 됩니다. 통장에 돈을 잔뜩 남기고 죽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베풀고 나누었더라면, 그만큼 아름다운 종말이 찾아왔을 것입니다. 아름답게 살았다면 아름답게 죽게 됩니다. 종말은 바로 그런 것이지요.
성령님, 온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불안해할 때도, 당신에 대한 확신으로 늘 깨어 주님을 기다리게 하소서, 아멘. ------ 오늘의 강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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