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 좋은나라

* 글 마 당 *

한막달레나

( 2005-03-19 16:43:39 , Hit : 1832 )

이 남자가 사는 법

    낮은 목소리로

  박광훈!  그를 만난 것은 보름 전 어느 병원으로 병문안 갔을 때였다.
  그는 어려서 부터 성당에 다니면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 보진 않았다.
  내 것만 보고 내 것만 챙기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장성할 때까지 자신만의 행복을
  구하며 순탄하게 살았다.
  종교적인 관계로 불우 시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거나 진심으로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들과 자신은 물 위의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는 먼 존재로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보험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척추뼈가 부러져 하반신을 쓸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일년이 넘는 병원 생활로 인해
  치료비는 눈덩이 만큼이나 켜져 있었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처분하고도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말 그대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날 찾아온  장애의 절망

  다니던 성당에서 봉사를 나왔고 쌀과 라면등을 가져왔지만 본인의 자격지심과 자존심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욕설까지 퍼 부었다.
  물론 속으로는 너무나 고맙고 또 덥석 받고 싶었지만 자신이 다녔던 불우시설의
  그들처럼 되어 버렸다는 사실, 동냥을 받는 것같은 욕된 마음은 타인을 향한 욕설로
  표현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매일 찾아왔고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문밖에 먹을 거리를 두고 갔다.
  집안에 들어와서 그네들이 물건을 전해주면 집어 던지기 일쑤였다.
  던지면 또 주워오고 그들은 닫혔던 그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제 다리를 저는 3급 지체 장애인이 되었지만 걸을 수 있기에 그는 봉사를 시작했다.
  가톨릭 사회복지협의회에서 반찬도 배달하고,  집을 지어 주는 일에 능력만큼 보태고,
  독거노인 집에 보일러를 놓아 주는 일. 목욕봉사를 하는 일까지 가리지 않는다.
  받은 것이 너무 많기에 자신이 하는 일은 빙산의 일각처럼 작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가게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발로 스스로 찾아갔다.
  한쪽에서는 철철넘치는 삶을 살고 있고, 한쪽에서는 하루에 한끼 밥조차 해결 못하는
  사회에서 나눔의 문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그가 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매일 같이 아름다운 가게로 출근한다.

  그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이다. 그러나 나눔에 동참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아침에 나가 그날 수거할 명단을 받아들고 자신의 차를 운전한다.
  동네방네 기증천사들을 만나러 간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기름값을 주지 않아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틈틈히 독거노인에게 반찬 배달까지 하는 그는 참 바빠서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다.

  "집안에 있는 물건을 기쁜 마음으로 들고 오는 천사들, 그 물품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비라며 환한 웃음을 짓고 사가는 천사들, 그리고 아름다운 가게에 나와 즐거운 마음으로
   판매하는 천사들까지 하늘나라만 있는 천사가 모이는 곳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 절망을 뚫고 소중함을 찾아

   아름다운 가게의 맥가이버 천사!
   그가 가진 행복의 무게는 우주의 크기만 하다.

   '너 혼자만 잘 살면 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공부 못하면 공돌이 공순이
    된다. 다른 사람을 밟고 가야한다. 물질의 크기가 행복의 크기다.' 이런 교육의 세례를
    자란 그가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낸 것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을 뚫고
    나와서이다. 헛되고 헛된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은 인간의 삶을 이렇게 철저하게 규정한다.
    그는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는 아름다운 가게의 활동천사이다.

                                        경향신문에서

johnnara (2005-03-19 19:23:38)

박광훈은 접니다. 저도 접니다. 박광훈은 다리를 절지만 저는 마음을 접니다. 박광훈은 봉사합니다. 저도 봉사합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지만 저는 보고를 위해 봉사합니다. 박광훈은 살아 있습니다. 저도 살아 있습니다. 박광훈은 하늘나라를 살고 있지만 저는 땅나라를 살고 있습니다. 박광훈은 미사를 봅니다. 저도 미사를 봅니다. 박광훈은 미사 내내 감사하지만 저는 미사 내내 간청합니다. 박광훈은 헌금을 합니다. 저도 헌금을 합니다. 박광훈은 30%도 넘게 헌금하지만 저는 30일조도 못되게 헌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