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마 당 *
금년 주말농장 텃밭 농사가 그런대로 잘 되는가 싶더니 잘 자라던 무, 배추가 갑자기 시들고 진딧물마저 다닥다닥 붙어서 갉아먹어 버리는 등 심한 병충해로 흉작이 되고 말았다. 주일 비 예보도 있고 해서 퇴근하던 남편 요한까지 불러서 토요일 오후에 서둘러서 거뒀다.
사십여 포기 배추 중 살아 남은 것이라곤 통이 큰 것 분량으로 치면 다섯 포기 쯤밖에 안 되었고, 병충해가 덜한 무랑 알타리무와 갓도 토질이 메마른 데다 거름도 적어서(이건 이웃 분 말씀대로라면) 자라다 만 지스러기랄 정도로 볼품이 없어서 갓은 아예 수확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우리 부부 실력인 것을... 다음날 요한이 재미가 없어선지 자꾸만 방으로 들어가려고만 하기에 억지로 발목을 붙잡고 거들게 하여, 무는 뒤에 담그기로 하고 우선 알타리무를 골라 김치 한 통을 만들고, 배추를 알뜰살뜰 추리고 다듬어서 밤 열두 시까지 채워 담그니 세 통 남짓이 나왔다.
첨엔 맛도 안 보려고 하던 요한이 알타리며 배추김치 맛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맛있네! 알타리는 알싸하게 맛있고, 배추는 아삭아삭 고소해! 보기와는 영 딴 판이야..." 하더니 붙잡힐 세라 월요 아침 회의 핑계를 대면서 서둘러 들어가 버려서 반 시간이 넘도록 뒤치다꺼리를 하며 혼자 마무리를 하였더니 잠을 자고 나도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조금 전 그에게서 컨펌하는 전화가 왔다. "안나! 어제는 많이 힘들었지? 간밤에 혼자 내빼려고 입에 바른 맛 칭찬을 한 게 아니고, 이번 김치 맛 정말 죽이던데, 수고했어! 이따가 안마해 줄께."
그럼! 셰프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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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하면 지스러기 같은 걸로도 그렇게 죽이는 맛을 냈단 거요? 어디 래시피나 한번들어 봅시... 아니면 그댁 서방의 동방(?) 칭찬하는 어너(言語) 성찬 매넌지도...우~ 왕 왕짜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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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몸이 속 시원히 한번 '맛검'을 해 드릴 테니 미삿길에 한 통 들고 나와 보시든가 말든가~ 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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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땅에서 자란 무, 배추며 알타리 같은 채소가 더 어얼하고 오래 두고 먹어도 더 싱싱하고 고소하답니다. 포기하셨단 갓도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거둬서 버리는 셈치고 염장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식 디그리 받은 김장 박사 은경 쉐프님 말씀이셨습니당! 땅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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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걸로 큰소리 함 쳤슴다! 한번만 음식 맛이 어쩌고 간이 저쩌고 해봐, ~냥 으음 꺄불고 이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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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많이 도우셨나 봅니다. 소처럼 부리는 재미도 있으실 테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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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솜씨가 좋으시면 저희 김장도 한번 맡아 보시죠. 주말에 예정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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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는 생새우에 멸치젓, 청강이랑 젬피, 생선 좀 썰어 넣셨나. 그리고 무채, 갓, 쪽파, 당근에 배즙이랑 매실액, 부추, 마늘, 찹쌀죽, 참깨, 양파에 태양초 고춧가루 정도, 어떤 곳에선 오징어나 문어, 낙지를 더 넣는 게 다 아닐까나? 그러고 보니 이거 너무 많이 아는 체를 한 건지 아니면 무지가 노출된 건지...ㅁㅇㅎ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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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선임 자매님! 재료 상으로는 퍼펙트하십니다만 어느 타이밍에 얼마만큼 넣어 버무리고, 간은 또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가 우리 전통 김치 고유의 아삭아삭 하면서도 깊고 카랑카랑한 맛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거.... 근데 왜 글케 웃으시나? 아하! 나 솜씰 다 아신다구요? 그래요, 이왕 소문 난 거 뭐! 내가 그걸 못해서 맛을 잘 못냅네다. 됐~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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