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마 당 * 
|
|
|
|
|
무덤을 막았던 돌
어머니, 아버지, 배우자, 친구를 가릴 것 없이 친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게 된 적이 있었다면,
헤어짐의 고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쉽게 채워질 수 없는 공허가 생기면서
삶에 큰 구멍이 하나 뚫린 듯한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외로움은
흔히 언제까지나
우리를 엄습해 오면서 고통을 안겨 준다.
죽음의 종국성에 대해 깨닫게 되면
고통은 더욱더 격심해 진다.
이 유배지에서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 관계가 그럴진대,
예수님과 그 어머니처럼 밀접하고 깊은 관계가 맺어진 경우에는 얼마나 더 하겠는가?
두 사람을 함께 묶어 주던 넘치는 인간적인 사랑은,
죄 많은 인간의 본성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야기시키는
모든 약점과 장애물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예수님이 마침내 당신의 생명을 아버지께 넘겨 드렸을 때.
마리아는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 다 이루었다." 하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을 때,
그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의 뼈를 깍는 듯한 고통이 끝났으므로
안도감을 느끼다가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이 엄습해 왔을 것이다.
헤어짐과 고통은 마리아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그런 고통을 평생에 수도 없이 경험했다.
헤로데는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척살시키고자 했기 때문에,
마리아는 요셉과 함께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낯선 나라 에집트로 피신해야만 했다.
당시 마리아는 친지와 친구들이 무척이나 그리웠을 것이다.
열두 살 된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 버렸을 때도
마리아는 헤어짐의 고통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께서 정하신 뜻에 따라 때가 되어서
예수님이 평화로운 나자렛을 떠나 전도여행을 시작해야 했을 때,
어머니로서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껴야만 했던 마리아의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텅 빈 식탁을 보거나
예수님과 함께 더 이상 기도하고
하느님 찬미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마리아의 가슴 속에 뻥 뚫리게 된 구멍을 한번 상상해 보자
바로 이곳 골고타의 언덕에서
마리아는 사도들도 그들의 위대한 스승을 잃게 된 고통을 똑같이 겪고 있으며
그들이 어느 때보다 자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으로써
다소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 십자가의 그늘 밑에 서 있는 동안,
마리아는 예수님의 시신을 경건하게 십자가에서 내려서
장례준비를 하는 두 제자, 즉 마리마태아의 요셉과 니고데모의 헌신에 위한을 얻었다.
마리아는 두 제자의 사랑이,
처참한 몰골로 변해 버린 아들의 시신 위에 부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내심 기뻤다.
마리아는 예수님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숨을 거둘 때까지
시종일관 그 옆에 서 있었던 거룩한 여인들이 예수님께 보여준
사랑과 충성된 마음을 목격하고 기뻣을 것이다.
예수님이 무덤에 묻힌 다음에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무덤 맞은편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앉다 있었다."(마태 27, 61)
여인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모습늘 지켜보는 동안 마리아는 상처받은 마음 속에에서나마
틀림없이 큰 위로와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 하더라도
마리아의 텅 빈 마음은 채워질 수 없었다.
마리아가 홀로 남아 느끼는 쓸쓸함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었다.
마리아의 고통은 그처럼 가슴이 미어질 듯한 헤어짐의 시간에 힘이 되어 준
거룩한 여인들과 사도 및 제자들의 따뜻한 마음씨로
틀림없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위안과 확신을 얻기 위해 마리아에게 의지 했을 것이다.
자신이 필요함을 느낄때 어머니라면 그 누구든 큰 기쁨을 느끼지 않겠는가?
죽음으로 아들을 잃은 마리아가 겪어야 했던
공허함과 허전함과 외로움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보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좀더 확실히 깨닫게 된다.
예수님이 이렇게 약속하셨다.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 두지 않겠다.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오갰다."(요한 14, 18)
예수님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약속을 지키셨다.
당신의 영광된 부활의 생명을 우리와 함께 나누시기 위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던 것이다.
그는 지금 유배지에서 우리와 함께 그리고 우리 안에 살고 계시며
언제까지라도 더욱 풍성하고 완전하게 우리와 더불어 사실 것이다.
성 바오로는 묻는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8,35)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죄 밖에 없다.
죄란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가 사악하게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죄에 대한 벌은 절망적인 외로움, 공허함, 평화와 기쁨의 결여, 환멸,
좌절과 실망의 잔재들이다.
마리아는 죄인의 피난처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잃은 뼈아픈 고통을 견디어 냈기 때문에
죄인을 위한 중재자의 역할을 좀더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 끝 -------------------
|
|
|
|
|
집 떠난 탕자가 아비를 찾듯 우리는 주님 품을 찾습니다. 우리를 언제나 주님 품으로 이끄시는 성모님, 감사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