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묵은 누룩을 쓰지 말고 곧 비행과 악습의 누룩을 쓰지 말고,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냅시다."
(1고린 5, 8)
우리가 어제 묵상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주춧돌입니다.
만약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일으켜지지 않으셨다면,
우리 신앙은 진실로 헛된 것입니다.(1고린 15, 16)
그러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저 너머에"있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저 놀라서 감탄만 하며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역사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례를 통하여 우리가 내적으로
항상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존하는 실재입니다.
"우리가 그분과 같은 죽음으로 그분과 합치되었다면
그 부활과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로마 6, 5).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에 동참할 때
우리 안에서는 신비스런 변화가 일어납니다.
놀랍게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살아 있지만 이미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고 계십니다"(갈라 2, 20).
영국의 시인 앤드류 영(Andrew Young)도
자신의 시(詩) "니고데모"(Nicodemus)에서 똑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당신의 빈 무덤 앞에서 제가 왜 무릎을 꿇고 있습니까?
당신은 여기 계시지 않으니, 그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풀, 나무, 공기, 바람, 하늘,
이제 그 어떤 것도 당신의 거처가 되기를 마다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그럴 수 없습니다.
주님, 제 안에 사시어 제가 살게 하소서."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 사이의 이 내밀한 일치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요구합니다.
성 바오로는 땅에 뿌리를 둔 우리 본성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썼습니다(골로 3, 5).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새 생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과 악습은 순결과 진실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 나타난 바오로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프란시스 클리어리(Francis X. Cleary)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부활 대축일을 경축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독서는 건강한 지침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단순히 외면적인 축제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진실로 부활하셨으나,
우리는 여전히 영적으로 지척대며 하루하루를 윤리적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가운데 우리의 무자비한 이기심 속에서 안주할 수 있다.
그런 우리에게 바오로는 우리의 삶이
순결과 진실로 특징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구체화되어 나가라고 요구한다.
바오로는 세례 때에 우리가 한 약속들을 굳은 다짐으로
새롭게 갱신하는 목적은 일년 내내 "부활의 삶"을 누리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수많은 위대한 성인들이 열심히 애용하였던 실천적인 방법 한 가지가
바로 날마다 (또는 적어도 자주) 실시하는 '양심성찰'입니다.
"부활의 삶"에 이르기 위한 이 방법은
자신의 잘못을 이 잡듯이 찾아내려는 수련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그와 같은 삶을 살도록 우리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세례 때의 약속들을
우리네 일상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신철적 방법입니다.
양심성찰을 저극적으로 꾸준하게 실시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율법주의적 접근 방법은 물론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현혹적인 접근 방법까지
모두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제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 하나이다"는
부활을 맞은 오늘로써 마감합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읽어주신 형제자매님들의 영신적 도움이 되셨음을
바라며 이러한 글을 올릴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신
조용훈 사도요한 형제님께 감사함을 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