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인들을 부르러 온것이 아니라 죄인들이 회개하도록 부르러 왔습니다."
(루가 5, 32)
회개는 신약성서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근본적인 요청입니다.
그리스어 '메다노이아'(metanoia)는 '회개' 또는 '참회'라는 말로
풀이 됩니다.
그것은 매우 심오하고 인격적이며 속속들이 변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를 뜻하며,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따른다는 철저한 자기 변화를 의미합니다.
(마태 7, 21-23 참조)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이 일러주는 대로
우리의 마음가짐과 가치와 생활양식을 바꾸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회개는 우리가 그 말씀의 빛에 오롯이 순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죄의 의미에 대한 이해 없이 회개로의 요청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죄가 단순히 심리적 한계나 율법주의적 잘못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사순 시기의 전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의인과 죄인을 예리하게 구분하십니다.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만이
회개의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죄스런 행위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 죄스런 행위의 근원이기도 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자꾸멀어지려는
우리의 내적 태도와 성향을 가리킵니다.
회개는 언제나 아버지의 사랑에로
다시 돌아온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탕자의 비유는 성서가 전해주는
가장 탁월한 회개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곳에는 회개에 대한 어떤 추상적이거나 학술적인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회개는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것,
즉 하느님과 다시 새롭게 인격적인 친교와 우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회개는 아버지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회개는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를,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를 세상에 널리 선포하는 행위입니다.
회개는 하늘의 기쁨이고(루가 15,7 참조)
땅에서는 희망의 표지입니다.
회개는 은총, 즉 주님의 선물입니다.
우리 힘만으로 회개를 이루기란 가능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회개는 우리의 자유로운 동의와 협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것을 이루어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온화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때 우리는 그분의 부르심을 듣고 응답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를 용서하고 치유하며
거듭나게 하고 굳세게 해줍니다.
그리스도의 은총은 우리의 나약과 우리의 죄스러움보다
더 강합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고 있다.
그 능력은 허약함 가운데서 완성되는 법이다"(2고린 12, 9)
회개란 하나의 단절된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과정입니다.
새로운 화해의 예식에 관한 1973년 교령은 이것을
아주 잘 설명해줍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계속적인 참회를 완수하고 완전하게 한다.
하느님의 백성은 자신의 어려움을 감내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고통에 참여하고 자선과 사랑을 실천하여
복음 메시지의 내용을 보다 충만하게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백성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께로의 회개의 표지가 된다.
신자들이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의 용서를 청할 때
교회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생활 안에서
표현하고 전례 안에서 거행한다.
이것은 참회의 예식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의 선포 안에서,
기도 안에서,
그리고 성찬 예식의 참회 부분 안에서 이루어진다.
고해성사를 받는 신자들은
하느님께 끼친 모욕에 대한 용서를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받으며,
동시에 범죄로 상처를 입혔던 교회,
사랑과 모범과 기도로써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와 다시 화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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