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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마 당 *


 최낙준 ( 2011-10-05 18:29:04 , Hit : 1670
 딸아이의 휴대폰/ 나야나(옮긴 글)

딸아이 휴대폰 우리 가족 명칭 [204]
나야나 (biss****)
주소복사 조회 45064 11.10.05 13:38 즐겨찾기요즘마이피플트위터싸이월드more페이스북미투데이


우리 집에는 열어 봐서는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 한 가지는 중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의 두 번째 서랍. 그 서랍은 얼마 전부터 굳게 닫혀 있다. 그것은 그냥 내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금방 답이 나오기에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또 한 가지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휴대폰이다. 작년인가 딸아이의 휴대폰을 한번 열어 봤다. 메인 화면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휴대폰, 나를 제외하고 열어본 당신은 3년 간 재수가 없을 지어다’ 그 이후로 진짜 재수가 없는 것 같아서 '판도라의 상자' 쯤으로 여겼다.

일요일 오후 시험기간이라 학원에 가는 아들 녀석을 바래다주라며 아내가 성화였다. “버스로 몇 정거장이나 된다고, 그냥 가라고 그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가 “일요일인데도 나가서 공부하는 아들 녀석 불쌍하지도 않아? 잔말 말고 튀세요~~” 더 이상 대꾸했다가는 뻔한 결말이 나올 것이기에 차 키를 찾는데, 지나가던 딸아이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아들을 강하게 키워야지...왜 아빠를 강하게 키우려고 그래요?”

국민학교 2학년 때 노량진극장에서 봤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 이후 내 눈앞이 그렇게 뿌옇게 흐려지긴 첨이었다. 나도 모르게 딸아이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부녀 간의 그 빽 허그로 딸아이는 아내로부터 '방청소 불량'이라는 되지도 않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오늘 하루 '휴대폰 압수'란 벌칙을 받았고, 나는 아들 녀석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밤늦은 시간 우연히 화장대 위에 놓여 진 딸아이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하루 종일 금단현상으로 안절부절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딸아이의 휴대폰을 한번 열어봤다. 물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걸 알았지만.....그러다 문득 딸아이의 1번 단축키가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1번을 길게 한번 눌러 봤다. 잠시 후 화면에 뜬 세 글자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경찰서]

얼른 닫았다. 학교에서 시켰는지 자기가 알아서 했는지, 아무튼 참 기특하였다. 이로써 딸아이의 단축 번호 1번은 알았고, 다음으로 궁금한 게 내 명칭. 내 휴대폰으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아이의 컬러링 '곰세마리'가 흘러나오고 딸아이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네 글자는....

[보호자 2]

이건 동사무소 등본도 아니고 무슨 난데없는 보호자 타령인지....그것도 1번이 아니고 2번.....

내친김에 아내의 휴대폰도 찾아서 딸아이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통화 내역을 눌러보니 딸아이로 보이는 명칭이 있었다. 그것 역시 가관이었다.

[개념 상실 초딩]

엄마의 휴대폰 속 자기 딸 명칭이라니.... '모전녀전' 맞다. 일단 눌러 봤다. 다시 한번 딸아이의 휴대폰이 밝아지며 예상했던 문구가 떴다.

[보호자 1]

이 보호자 시리즈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점점 흥미진진해져서 곧장 안방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여든한 살이신 아버지의 휴대폰을 쥐어드리며 손녀딸한테 전화 한번 해보시라고 했다. 아버지가 단축번호를 길게 누르시자 다섯 글자가 나타났다.

[큰 보호자 4]

이로써 [큰 보호자 3]의 정체는 걸어 보지 않아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아내의 휴대폰에 딸아이가 왜 '개념없는 초딩'으로 등록 되어 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확인할 게 있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던 아들 녀석에게 다가가 부탁을 했다. “동생 휴대폰으로 전화 좀 해봐!” 귀찮다는 듯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건네며 4번을 누르면 된다고 했다. 4번을 길게 눌렀다. 다시 밝아진 딸아이의 휴대폰 화면에는 딱 두 글자뿐이었다.

[2촌]

그러고 보니 내가 [1촌 2]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도 재밌길래 옮겨 왔습니다.








이 바오로 (2011-10-15 15:40:18)  
'보호자 2' 분 기분 이해가 감네다.
하지만 참 사랑스러운 따님이시네요.
온 가족 다 웃음 가득.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젤라 (2011-10-15 16:18:09)  
토요일 오후에 느슨하게 읽어 봐도 재밌습니다.
가족 얘기라 더 잘 다가옵니다. 글 좀 마니요....
조요한 (2011-12-22 17:28:39)  
웩! 보호자라니...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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