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하느님상을 버리자
잘못된 하느님상을 버리자
우리는 하느님을 믿으면서 잘못된 하느님상(像)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람을 억압하고 전쟁을 이끄는 것보다 차라리
어떤 하느님도 믿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종교가 인간의 잘못된 욕구 충족의 시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오늘날만의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많은 죄악(罪惡)이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었습니다.
십자군의 전쟁, 마녀 사냥, 면죄부와 타락한 성직자들, 이단 처형,
신.구교가 충돌한 종교 전쟁, 원주민 학살과 착취, 여성 차별들은
그리스도교가 2000년 교회 역사 동안 범해 온 잘못들입니다.
심지어 서로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
그 '하느님'의 이름으로 종교 전쟁까지 해댔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이 제일 질색으로 여겼던 것이 바로 저런 행위들이였습니다.
곧 우상 숭배였습니다.
우상(偶像)에 대해서 바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상은 틀 없는 하느님께 틍을 지우는 행위를 말합니다.
"너의 하느님은 나 야훼다, 바로 내가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따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출애 20, 2-4)
결국, 최고의 우상은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성물들 곧 예수님상, 성모상, 성화,
십자가 등은 우상이 아닙니다.
그것들이 하느님을 형상화한 신상(神像)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그것들을 신격화시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 성물들은 다만 실존 인물 예수님, 실존 인물 마리아,
그리고 실존했던 십자가를 기억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기념상(記念像)의 의미만 지니는 것입니다.
잘못된 하느님상을 가지고 그것에 하느님을 가두어두는 것,
그것이 바로 우상입니다.
형상도 없고 제한도 없는 하느님께 '틀'을 지우는 것,
그것이 우상입니다.
그나마 하느님의 속성과 일치하는 제대로 된 틀을 지우면 다행입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그 틀마저도 하느님의 속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을 경우입니다. 그런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잘못을 범합니다.
여기서 거듭 확인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은 '종교'에 있어서도 '종교심'과 '신앙심'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독특함은 자신의 뜻에 하느님을 갖다 붙이지 말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든 그것을 따르는 데에 있습니다.
<여기 물이 있다> 차동엽 신부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