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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살기가 무척 힘들어졌다고 모두가 다 아우성들이다. 어떻게 해서든 헤처 나갈 방도를 마련해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주변 생활 속에서 가끔씩 지혜가 번뜩이는 일들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지혜, 하면 얼른 떠 오르는 인물이, 진짜 아이 어머니를 가려내는 그 유명한 재판을 해낸, 은총 받은 솔로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지혜스런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역성혁명을 일으켜 오백 년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를 창건한 태조 이 성계의 소년시절 일화이다. 일곱 살 소년 성계는 남달리 총명하였지만, 글공부보다는 전쟁놀이를 더 즐기는 개궂은 말썽꾸러기 쪽이었던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온 동네를 한 바퀴 헤집고 돌아 들어 오도록, 늘 자기를 불러 찾아 글공부를 채근하시던 할아버지가, 그날따라 그에게 기척도 안하시자, 조금 궁금해진 소년 성계가 할아버지 서재 방문을 슬그머니 한 번 열어 보았다.
방안 광경을 들여다본 성계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깜짝 놀랐다. 엄청나게 큰 구렁이 한 마리가 할아버지를 휘감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구렁이를 매섭게 쏘아보던 성계가 후닥닥 방문을 박차고 뛰처 나갔다. 이에 더 놀란 것은, 구렁이에 감겨 말도 잘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할아버지 쪽이었다.
저녀석 성정머리로 봐서, 부엌에 가서 커다란 식칼을 들고 오거나, 헛간에 있는 시퍼런 외낫을 들고와서 다짜고짜 구렁이를 치거나 베겠다고 날뛰며 덤빌 것이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 진퇴양난의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일각이 여삼추였다.
이윽고 성계가 숨을 헐떡이며 방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서재로 들어 왔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예상과는 달리 성계는 빈손이었다. 아니, 연장을 못찾은 저 녀석이, 그럼 맨 손으로 구렁이와 한 판을? 할아버지는 그만 사색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성계가 자기 바짓가랑이를 묶고 있던 대님을 서둘러 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뿔사 점입가경이로세. 이제 저 녀석이 귀한 씨고추를 드러내 놓은 채, 알몸으로 구렁이를 붙들고 뜯어 내 보겠다고? 끔찍이도 성계를 아끼시던 할아버지가 막 졸도하려던 참이었다. 성계가 푼 두 바짓가랑이에서는 뜻밖에도, 개구리들이 팔딱팔딱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긴 혀를 날름거리며 할아버지를 감고 조이던 구렁이가, 자기를 보고 놀라 서재 이곳저곳을 혼비백산 뛰어 다니던 개구리들을 보자, 옳다꾸나 저놈들이나 실컷 잡아 먹어 보자는 듯, 그제서야 할아버지를 스르르 풀어 주며, 개구리 사냥에 나섰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렇듯 소년 성계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하신 것이다.
이쯤 되면 소년 성계의 지혜도 가히 하늘이 주신 것이다.
이렇게 살기가 힘들고 어려운 때야말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지혜를 모아, 자기 자리를 확실히 지켜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부족한 솔로몬이나 소년 성계와 같은 큰 지혜는 하느님께 구해서 받기로 하자. 우리가 구하기만 하면 우리는 늘 받을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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