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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건조한 날씨 속에서 우리 귀한 생명과 땀흘려 일군 재산이, 단지 사소한 우리들의 부주의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잿더미로 불타 버리는 끔직한 화재영상을 요즘 자주 접하게 된다.
둬 해 전, 회사 소재 관내 소방서 직원을 청하여 사내 임직원 소방안전교육을 받으면서 들은 얘기다.
어느 날 밤에 구역 내 4층 건물에 화재가 나서 진화작업을 하던 중, 화재진화 경험으로 봐서, 사람은 모두 피신하고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그 건물에서 가족과 함께 사시던 어느 성직자가 미처 대피를 못하고, 속옷 차림의 부인이랑 연약한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건물 옥상에서 절규하며, 급박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서 무척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는, 앞뒤 살필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그 일가를 구하고자 죽음을 무릅쓰며 황급히 인명구조용 사다리차를, 그들이 있던 옥상으로 올렸으나, 화마는 점점 더 거세지며 급박해져만 가는데, 하필 그 사다리차의 좁은 구조 바스켓은 한 사람씩 밖에 더 태울 수가 없어서, 아주 난처했었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자고 다짐하며, 부득이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 가족들을 한 사람씩 태우고자 했더니, 그 가족의 가장인 그 성직자가 얼른 앞으로 나서며, 자기 가족 중에서는 누구보다도 자기가 꼭 살아 나서, 불행한 세상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는 구원사업을 해야 한다며, 자기부터 먼저 타겠다고, 그 구조 바스켓을 붙잡으며 올라 타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비록 주님을 모르고 믿음생활을 하지 않았었다고는 할지라도, 그때까지 성직자에 대하여 막연하지만, 쉬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성스러운 존경심같은 것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것이 일시에 무너져 버렸으며,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것처럼 너무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가, 이건 아니다싶어, 다른 그의 가족들이 알아 듣지 못하도록 나직하게, 그러나 또렸하게 그 성직자를 만류하여도 계속 떼를 쓰며, 기어이 먼저 올라 타려고만 하기에, 하도 미워서, 그를 힘껏 밀쳐 내 버리고, 그 가족중 맨 뒤에서 공포에 떨며 웅크리고 앉아 실신 직전에 있던, 그의 가장 나이어린 딸부터 바스켓에 먼저 태워서 구출하여 줬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몇 번인가의 사투어린 시도 끝에, 그 성직자를 마지막으로, 다행히도 그 일가 모두를 죽음으로부터 가까스로 구해 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평소처럼 그날도, 늘 지녀온 소방관으로서의 지엄한 소명을 다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소중한 생명까지도 내 던지며 화재를 진화하고, 그 성직자 가족을 잘 구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만은 왠지 뿌듯한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흡사 못 볼 것이라도 본 냥,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그때까지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하였다.
그날 이후 그는, 화재 현장을 누비는 바쁜 일과 속에서도, 자기 가족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살기로 작정하였고, 또 그렇게 살아 오고 있다고도 하였다.
세상이 혼탁해지며, 가장 가까운 가족 피붙이끼리 끈끈한 정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정마저 쉬 파괴되어 버리는 온갖 소식들을 자주 접하는 요즈음, 내가 만약 그때 그 성직자와 같은 처지에 었었더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처신했을까를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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